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4년 7월, 나란히 섬 7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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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정리
지난달, 30일까지 시행되었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의 여파가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쫓겨난 이주민들의 집 보증금이나 통장 같은 남겨진 재산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떠난 이들의 뒷정리란 씁쓸한 업무를 만들어 준 해당 정책에 대해선 할 말이 많습니다만, 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이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취지로 삼는 것엔 동감합니다. 이러한 잣대는 선주민뿐 아니라 이주민,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도움을 청하는 이들 중 위의 사건과 연관된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센터에서 손을 거드는 이주민은 대부분 범죄와 관련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단속 현장은 자국 행사가 벌어졌던 곳이나 식당 등 많은 이주민이 모일 수 있던 장소였습니다. 단속된 이들 가운데 몇몇이나 범죄와 관련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불법이라 부르는 한 이들을 범죄자 보듯 바라보는 시각을 지울수 없을 겁니다. 단속과 연행 가운데 번번히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이 때문이겠지요. 불법 이전에 우리와 같은 인간인 이주민이 쫓겨난 케이스 중 몇몇은 왜 단속되었을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지역 5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다 출입국 사무소가 아닌 경찰의 단속을 통해 체류 조건이 밝혀지고 쫓겨난 경우입니다.
아픈 진실 이들의 뒷정리를 위해 사업장이나 집을 찾게 되면 다들 왜 경찰이 왔었는지 의아해합니다. 몇백, 아니 몇십 명이 일하는 큰 사업장도 아닌데 단속이라뇨. 단속 당시 경찰에게 물었더니 신고받고 나왔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합니다. 누구의 신고였을까요? 벌금을 물게 된 해당 사업장 사장이나 함께 살던 이들이 짐작 하는대로, 아마 신고자는 본인들 사정을 잘 아는 이들로 같은 나라 사람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 원한이 있지 않았을까라는데, 이가 얼마나 크면 한 사람이 쌓아온 것을 모두 부수는 해결책을 선택했을까요? 당사자끼리 풀지 못하고, 공권력을 사용하게된 풍조는 무엇 때문일까요? 미등록 이주민들은 살아야 하니, 이유를 묻기보단 지역공동체로부터 그들 자신을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달리 우리는 물어야 했습니다.
터부 이후
어느새 이주민 사이에서도 미등록 이주민 이야긴 터부시되었습니다. 이야길 할수록 단순히 말하지 않고 싶은 게 아니라 숨기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 됩니다. 미등록 이주민, 사망이나 산재 등의 문제로 각 나라 대사관에 찾아갔을 때 당사자에 대한 위로를 찾아볼 수 없는 태도가 여기서 출발했을까요?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정책 가운데 미등록 체류를 줄이기 위해 실시되는 쿼터제가 있습니다. 나라 별 미등록 이주민 수에 따라 해당 국가 이주노동자 수를 축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 노동자를 송출하는 국가는 당연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겠지요. 그 체계가 목적대로 잘 작동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방법이나 과정에 있어서 아래의 현상을 개의치 않는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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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카트만두에서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 하던 네팔리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네팔 정부가 막은 한국어 시험 재응시를 허락하라는 이유였습니다. 그 가운데 안타깝게도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입국이란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이들과 유가족에게 위로를 표합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여러 국가에서 오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오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지금 한국에 머무는 미등록 이주민 때문에 그 기회를 잃었다면 어떠할까요?
"내 동생이 얼마 전 나와 실랑이하던 아무개 때문에 한국에 못 들어오네. 아무개가 뭐야, 이놈의 불법체류자, 내가 신고해야지"
란 고발자에 대한 상상이 부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타국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대사관에서도 그들을 이름 대신 불법이라 부릅니다.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퍼지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주민 사이에 서로를 가르는 정서는 미등록 체류자에게만 그치지 않습니다.
번져가는 마음 봉제 공장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 이주민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같은 나라 사람도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자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늘어나고 있는 유학생들에 대한 동네 소문은 이러합니다.
"이 젊은이들은 일에 미쳤어. 동네 돌아다니면서 일만 구하고 다녀. 일에만 관심 있지 공부하러 온게 아니야."
란 이야기가 유학생과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우리에게 들려준 이주민 커뮤니티와 이주민들의 인상이었습니다. 이는 동네에 거주하는 유학생들에게 한국 생활을 소개하고 환대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란 요청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응답과 함께였습니다. 이들의 입장과 생각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이들 사이를 구분하는 새롭게 달린 꼬리표가 안타까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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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여행 유튜버인 곽튜브가 유명합니다. 자신의 이름인 곽준빈을 단 프로그램이 EBS에서 두번째 시즌을 맡고 있습니다. 곽튜브가 유명해진 것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어몽과의 에피소드가 큰 역활을 했을겁니다. 이 만남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것은 우즈베크인이 보여준 환대 때문일 것입니다. 곽튜브는 우연히 만난 어몽 집에 초대받아 한 달 이상 머물며 우즈벡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보여줍니다. 자신을 찾은 손님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일 말입니다. 이 희미해진 전통을 해당 영상에서 만난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인류애'라고 말이지요. 저는 어몽과 같은 환대의 모습을 제 주위 이주민 가운데에서 발견하고 감동했습니다. 그렇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아득해져가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에게 딱지를 붙이기 전에 먼저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로서 찾아온 손님을 환대할 순 없던 것일까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히던 '비인간화'란 질병이 이주민 사이에도 번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불법이라는 멸칭을 붙이고, 이들을 내쫓는 데에만 몰두하는 시스템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불법이라는 말이 뭐가 문제냐, 단순히 단어에 불과하지 않느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말이 한 사람의 혀에서 무의식으로 내려앉고, 개인을 넘어 집단의 사고와 사상이 됩니다. 너는 인간이 아니란 말은 "너는 우리와 다르다"란 구분으로 시작하여, 결국 인간을 동물처럼 대하는 일에 다다릅니다. 이러한 징후가 우리 가까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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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보호연대란 단체에서 위와 같은 폭력을 틱톡과 같은 SNS에서 공공연하게 알렸고, 이를통해 이 단체의 대표가 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방관을 하다 여러 시민단체의 고발끝에 결국 검찰에 송치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피해자인 이주민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여전히 자국민보호연대는 혐오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란 멸칭이 미디어와 우리 사이에서 아직도 통용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가 이주민이라는 소수자 사이에서 다시 계급을 나누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의 운동이 이 고리를 푸는 것에 닿아야겠습니다. 이를 위한 보다 많은 공부와 활동이 필요하겠지요. 여러분의 관심과 조언 그리고 참여 또한 절실합니다. 우선,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활동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늘려야 하겠습니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다가올 가을에 재개될 클린하이킹이 그 가운데 하나일것입니다. 내 이웃과 친구를 향한 혐오에 대한 동조가 아닌 대항할 수 있는 관계를 꿈꾸며 프로그램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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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봉사자 / 후원자
클린 하이킹
Arjun Baral, Magar Mane Pun, 김성민, 황선우, 최민규
이주 아동 모임(OK)
고혜경, 이세라, 이은림, 이효진, 박테레사, 정미향, 조은, 황튀엔
단체후원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개인후원
- CMS
고유화, 구정희,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미미, 김민호, 김병호, 김연숙, 김영옥, 김영호, 김유석, 김은숙, 김은희, 김준환,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배창욱, 백수현,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서의현, 석철수, 신광일, 신기호, 신정민, 안세원, 안세일, 안은미, 오민석, 오상철, 유광주, 윤봉근, 이경하, 이명주, 이미연,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은진, 이일항, 이정섭, 이정희, 이준호, 임창헌, 장근혁, 장영광, 장형진, 전영운, 전정희, 전창식, 전현진, 전혜향, 정영진, 정재헌, 조성근, 조성백, 조은아, 차경애, 차현숙, 최광수, 최수연, 최은선, 한국염, 한상희, 한정숙, 현정선, 황지연
-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이수빈, 채수일, Apta Pun, Indra Bhahadur Thapa, TB Gharti Magar, Tara Pun 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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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주민과 함께 서기 위해 1997년 9월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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