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4년 10월, 나란히 섬 7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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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활동 : 자진 출국 신고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 자진 출국 기간을 알림에 따라 센터 상담과 지원 활동에 과제가 늘어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한국에서 삶을 정리하고, 자진 신고를 통해 벌금 없이 출국하는 일을 돕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 일도 포함될 수 있을까요? 그 가운데 신고 과정을 몰라 돈을 주고 행정사 등을 찾으려 했던 이들을 만납니다. 또한 귀환하기 위해 미뤄둔 임금을 받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까웠던 이주민의 해당 과정을 도우며 이별을 준비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사업주와의 만남은 언제나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OK 정리 모임 이주민과의 활동이 대부분 위처럼 안타까운 사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운 빠지는 날이 많지만, 다행히 힘을 얻을 수 있는 움직임도 존재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곧 1주년을 맞는 미등록 이주 아동 가정 모임(이하 OK)입니다. 각 주체 - 자원봉사자, 이주 가정, 우리 회 - 를 따로 만나 지난 활동을 정리하였습니다. 공간을 대여해주는 해송지역아동센터장님과의 만남을 지나 자원봉사자, 한살림 돌봄 선생님들 차례입니다.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활동처럼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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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에서 이주 가정이 안전함을 느끼려면, OK를 구성하는 모든 주역의 마음도 그러해야겠지요. 선생님들께 지난 1년간 모임이 안전했냐 물었습니다. 다음 모임부터 한 분 선생님이 더 참가하실 것이라는 계획이 대답과 함께 이어집니다. 오늘까지 활동만도 감사한데, 확장된 돌봄 계획을 듣자니 벌써 다음 모임이 기다려집니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각 가정, 아이와 어머니에게 닿았을 즈음 문자 하나를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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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의 귀환 우리 회가 맞이하는 이별이 많다 하지만, U의 귀환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U와 그녀의 딸 A와의 첫 만남이 OK의 시작이었습니다. 심장이 아픈 채로 태어난 A를 미등록 체류 상태인 미혼모 U가 양육하겠다는 이야기에 손뼉을 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U 가정은 안녕히 코로나 기간을 버텨냈습니다. 자신 가족의 안전만 지켜낸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이주 가정을 우리 회에 소개하고, 지원을 그들과 함께 나누자 했습니다. 이러한 이타적인 마음은 자신을 잠시 이 땅에서 머물 이방인이 아닌, 우리 지역사회 주민으로 여기는 자의식으로부터 출발했을 것입니다. 딸과 함께 종로구에 머무르려면 자신과 같은 이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어 함께 힘을 길러야 하는 일에 동감한 이유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게 OK를 만들고 자연스레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나가던 U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떠나가는 U 가정에 우리 모임이 안전했나를 물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던 한국을 떠나는 이유가 자유를 찾기 위함이라니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곳 생활이 구속과 같았을 텐데, 우리 모임만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결박을 풀러 떠나가는 U 가정의 미래를 축하해야 하나, OK 안에 그녀의 빈 자리가 걱정되는 마음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OK 정리 모임을 위해 다른 이주 가정 어머니를 만났을 때 예상치도 못한 이야길 듣게 됩니다.
인간 역학 한살림 돌봄, 고혜경 이사님과 함께 이주 아동 어머니 한분 한분을 따로 만났습니다. 만남 가운데 중력과 같이 여느 인간사처럼 서로를 제약하는 현상을 우리 가운데서도 발견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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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맏언니인 줄로만 알던 U가 어떤 어머니에겐 센 언니였습니다. 나이로 위계를 쌓는 문화에선 갑질이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자신이 이주민 사이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있고, 같은 환경의 이들 중에서조차 자신과 자신의 자녀가 보이지 않는 존재 같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이전에 그녀를 고통에서 꺼내주던 은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그 빈 자리를 남을 괴롭히며 채우려 했던 모양입니다. 센 언니로 인해 우리 모임이 어느 가정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센 언니 또한, 그 대상이 개인을 넘어 OK 모임, 그리고 우리 단체 전체로 나아갔습니다. OK를 자신이 만든 모임이라 여기고 다른 시민단체를 찾아 다른 구성원들과 협의한 적 없는 프로그램을 요청합니다. 합의되지 않은 의견은 OK 이름만이 아닙니다, 우리 회와 약속한 프로젝트에 불성실이 임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주관한 단체에 지원 중단을 요청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나, OK 가정 내 불화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 불씨는 피해 가정 어머니의 마음이 다른 OK 구성원들에도 닫히게 했습니다. 과연 어머니들에게 우리 모임은 안전했을까요?
모래 만다라 U의 귀환과 더불어 어머니들 사이에 불안한 기운은 우리가 기대하던 OK 1주년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떠나감과 남겨진 것 사이에서 괴로워할 때 아래 동영상을 발견하고 위로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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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몇 날 며칠을 수그려 앉아 모래로 만다라를 그립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탕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때 만다라는 형체도 남기지 않고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이것이 인생이라는 울림이 우리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U 씨가 15년을 한국에 거주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우리 삶이 겹칩니다. U, 한 개인의 생애를 넘어 우리 OK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성할 때가 있다면, 저물어갈 때도 필요합니다.
더 이상 OK가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면 모임이 무슨 필요일까요. 각 주체 개별 만남을 마치고, 지난주 일요일 전체 모임을 가졌습니다. 만다라를 앞에 두고 우리 모임이 생명을 택할지, 죽음을 택할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생의 선택 앞에 두려움은 먼저 떠난 U 가정이 가져갔을까요. OK 모두 모임을 이어가자 결단했습니다. 이때 나눈 다음 한 해의 계획을 가지고 오는 11월 10일, 일요일 오후 6시에 수수헌에서 간담회를 가집니다. OK에 손길과 정성, 그리고 마음을 건네주시는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스산한 가을밤 여러분과 따뜻한 저녁 함께 나눌 시간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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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봉사자 / 후원자
클린 하이킹
Arjun Baral, Magar Mane Pun, 김수곤, 황튀엔
이주 아동 모임(OK)
김현재, 고혜경, 이세라, 이은림, 이효진, 박테레사, 정미향, 조은
단체후원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개인후원
- CMS
고유화, 구정희,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미란, 김미미, 김민호, 김병호, 김연숙, 김영옥, 김영호, 김유석, 김은숙, 김은희, 김준환,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배창욱, 백수현,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서의현, 석철수, 신광일, 신기호, 신정민, 안세원, 안세일, 안은미, 염영숙, 오민석, 오상철, 유광주, 윤봉근, 이경하, 이명주, 이미연,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일항, 이정섭, 이정희, 이준호, 임창헌, 장근혁, 장영광, 장형진, 전영운, 전정희, 전창식, 전현진, 전혜향, 정영진, 정재헌, 조성근, 조성백, 조은아, 차경애, 차현숙, 최광수, 최수연, 최은선, 한국염, 한상옥, 한상희, 한정숙, 현정선, 황지연
-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이수빈, 채수일, Apta Pun, Indra Bhahadur Thapa, TB Gharti Magar, Tara Pun 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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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주민과 함께 서기 위해 1997년 9월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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