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5년 10월, 나란히 섬 88호 |
|
|
몸보다 먼저 무너진 마음 - 미등록 이주민 건강검진 리포트
늘어나는 호소, “아파요” 요사이 만나는 이주민들 사이에서 ‘아프다’는 말이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병원 접근이 쉽지 않은 미등록 이주민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머물며 고령화되어 가는 이웃들의 건강이 걱정되던 때였습니다.
검진의 시작: 적십자와 함께 지난달부터 이번 달까지 적십자와 협력하여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 건강검진을 시행했습니다. 위내시경과 각종 CT 검사를 포함한 정밀한 검진이 준비되었고, 이상이 발견되면 추가 진료로 연계하기로 했습니다.
엇갈린 기대 반가운 소식에 여러 나라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지만,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평일엔 병원에 가기 힘들어요.” 검진은 ‘예약’이 필요한 일, 즉 사장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접종을 위해 눈치를 보던 그 현실은 여전했습니다. 가족에게 송금해야 하는 책임이, 자신의 건강보다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사업장을 아는 곳은 직접 찾아가 사장님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단속되면 어떡해요? "APEC 행사를 앞두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병원 방문조차 두려운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최근 단속을 피하려던 이주민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관련 기사 링크)까지 발생하며, 이들에게 병원 방문은 치료가 아닌 위험이 되어버렸습니다.
“검진이 무서워요.” 의료 인식의 차이로 인해, 위내시경처럼 생소한 검사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꼭 받으셔야 한다”고 권하며, 각국어로 번역된 안내문을 보내고, 사전 문서 작성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센터 대신 병원으로 출근하여 진료를 함께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간의 동행은 이주민들의 삶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와 마주했습니다.
검진 결과: 몸보다 먼저 무너진 마음 모두 건강하길 바랐지만, 일부에게서 암이나 질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더욱 가슴아픈 것은 이들 대부분이 심한 정서적 불안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검진을 앞두고 두려워하던 이들이 병원 문을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습니다. 몸의 병보다 더 깊은, 신분 노출의 두려움·열악한 노동환경·가족 부양 부담감이 만든 마음의 병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몸이 아프기 전에, 이미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장벽: 불안한 마음에 파고든 착취 암 지표, 콜레스테롤, 당뇨 등 이상 소견을 받은 S씨는 지난 3년간 항우울제를 복용해왔습니다. 재검 소식에 곧장 약국을 찾았고, 건강해지려면 “한 달에 50만 원어치 약을 6개월간 복용해야 한다”는 말에 덜컥 구입했습니다. 재검 결과를 받으며 해당 약을 의사에게 보여주자 이리 말하더군요. “차라리 비타민 C를 먹으세요.” 또한, 3년간 복용해 온 항우울제가 심장박동 이상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가능한 복용 중단을 권유했습니다. 불안정한 마음과 의료 정보의 부재가 어떻게 이들을 '비타민 C보다 못한 약'에 수백만 원을 쓰게 만드는지, 즉 건강과 돈 모두를 착취당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가슴 아픈 순간이었습니다.
맺음말: 함께 돌봐야 할 ‘몸’과 ‘마음’ 이번 건강검진은 이주민들의 몸속 질병을 찾아내는 것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보이지 않던 이웃들의 불안과 우울, 마음의 병이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이들의 신체적 질병은, 어쩌면 이방인으로서 겪는 극심한 정신적 압박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검진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지속적 돌봄과 제도적 지원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려면, 이들의 몸뿐 아니라 마음의 언어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 마음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불안을 만드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합니다. 정부는 이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리한 단속을 중단하고, 최소한 아픈 사람이 단속의 공포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사장님 눈치'에 건강을 포기하지 않도록, 이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이 최소한으로나마 보장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들이 위험한 이방인이 아닌 함께 사는 이웃으로 존중받을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당장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정신적 돌봄 역시 절실합니다. 이웃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미등록 이주민에게 정신과 진료 또는 심리 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병원이나 단체, 전문가를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조언과 도움이 큰 힘이 됩니다.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이웃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이메일: contact@smwc.kr / 전화: 02-3672-9472
|
|
|
9월 봉사자 / 후원자
미등록 이주 아동 모임(OK)
고혜경, 이명희, 이은림, 이효진, 정미향, 조은
단체후원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개인후원
- CMS
고유화, 구정희,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미란, 김병호, 김연숙, 김유석, 김은숙, 김은희,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배창욱, 백수현,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서의현, 신기호, 안세원, 안세일, 안은미, 염영숙, 오민석, 오상철, 유광주, 이경하, 이명주, 이미연,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일항, 이정희, 이준호, 임창헌, 장근혁, 장영광, 장형진, 전영운, 전정희, 전혜향, 정영진, 정재헌, 차현숙, 최광수, 최은선, 한국염, 한상희, 한정숙, 현정선, 황지연
-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최현정, 한상옥, 이수빈
|
|
|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주민과 함께 서기 위해 1997년 9월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