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5년 11월, 나란히 섬 8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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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연극 <묵티(Mukti)>(공식 페이지 링크)가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 센터 식구들과 이주민 자조 모임 OK 회원들이 함께 관람한 이 작품은, 무대가 끝난 뒤에도 우리에게 긴 여운과 묵직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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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밭의 신들, 인간이 되려 하다 연극은 발이 푹푹 빠지는 축축한 연근밭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 진흙탕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몸부림치며 연근을 캐고, 사랑하고, 또 절망합니다. 연극은 이들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약자로 그리지 않고, 국경을 넘어온 신으로 묘사합니다.
극 중, 신들은 끊임없이 지상에 집을 짓고자 합니다. 신의 지위를 버리고 비루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되기 위해, 즉 이곳에서 살기 위해 땀 흘리며 노력하는 것이지요. 제목인 묵티(해방)는 어쩌면 저 먼 곳으로의 탈출이 아니라, 이 진흙 같은 땅에 두 발을 딛고 온전한 이웃으로 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빈집, 성(城)이 되다 연극의 무대에서 본 진흙밭은,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한 창신·숭인·충신동의 골목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재개발 이야기로 빈집이 늘어난 이곳은, 30년 전부터 봉제 일감을 찾아온 이주민들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이제 동대문역은 네팔인들에게 제2의 고향으로 불릴 정도지요.
그러나 선주민들에게 그 고향은 열린 광장이라기보다 때로는 다가가기 어려운 닫힌 성(城)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보였을까요? 단순히 문화적 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뒷켠에는 우리가 오래 외면해온 구조적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정주(定住), 즉 이 땅에 머물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지 않는 한국의 제도 속에서,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비빌 언덕은 결국 피와 지연으로 묶인 자국민 공동체였을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더 강하게 밀착해야만 했던 그 절박함이, 역설적으로 옆집 선주민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 셈입니다.
피보다 진한, 눈물로 연결된 공동체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종종 뼈아픈 질문을 마주합니다.
“그들도 이웃이 되려면 노력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물음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이 던져질 때, 우리는 종종 한 가지를 놓치곤 합니다. 때로는 노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벽은 제도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를 충분히 만나지 못한 시간에서 오기도 하지요. 저희가 본 이주민들이 마음을 닫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마음 놓고 머물 수 없게 만드는 제도적 장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우리 서로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것입니다.
<묵티>는 여기서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진정한 해방은 끼리끼리 뭉친 피의 공동체가 아니라, 함께 흘리는 눈물로 연결된 관계 안에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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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거리가 영원히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 성벽에도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연극을 함께 본 OK 모임의 이야기는 그 변화의 조용한 징후였습니다.
이들은 미등록이라는 불안한 신분 속에서도, 혹은 비자를 얻어내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도 떠남 대신 머무름을 택했습니다. 아이가 젖을 떼면 본국으로 보내던 관행을 깨고,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기어이 가정을 꾸렸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슈퍼를 가고, 병원을 가고, 놀이터에 나갑니다. 이 평범한 일상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것은 선주민들에게 “우리를 봐주세요”라고 조용히 건네는 마주봄의 요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잠시 벌고 떠날 곳이 아닌, 내 아이가 자랄 우리 집으로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지이요.
마주봄이 우리를 이웃으로 만든다 우리의 지원과 연대가 일방적인 시혜나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바로 이런 마주봄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눈을 보고,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연극 속 주인공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묵티는, 어쩌면 진흙 같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 OK 모임의 삶 속에 이미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보여준 작은 기적들이 우리 동네에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연꽃처럼 피어난 이 조용한 이야기가, 우리 마을 골목마다 은은하게 퍼져나가길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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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봉사자 / 후원자
미등록 이주 아동 모임(OK)
고혜경, 이명희, 이은림, 이효진, 정미향, 조은
단체후원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개인후원
- CMS
고유화, 구정희,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미란, 김병호, 김연숙, 김유석, 김은숙, 김은희,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백수현,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서의현, 신기호, 안세원, 안세일, 안은미, 염영숙, 오민석, 오상철, 유광주, 이경하, 이명주, 이미연,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일항, 이정희, 이준호, 임창헌, 장근혁, 장영광, 장형진, 전영운, 전정희, 전혜향, 정영진, 정재헌, 조은아, 차현숙, 최광수, 최은선, 한국염, 한상희, 한정숙, 현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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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곤, 김영미, 최현정, 한상옥, 이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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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 서기 위해 1997년 9월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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